지구 자전 속도 변화와 하루 길이의 변천사 – 과거엔 하루가 18시간이었다?

― 행성의 회전이 들려주는 시간의 역사

우리는 하루를 24시간으로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지구의 하루 길이가 항상 같았던 것은 아닙니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태초부터 일정하지 않았고, 수억 년에 걸쳐 조금씩 느려져 왔습니다.
즉, 과거에는 하루가 지금보다 훨씬 짧았고, 미래에는 더 길어질 것입니다.

1. 하루 길이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루 길이는 지구가 한 번 자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지구는 형성 당시 빠른 속도로 회전했으며, 그 속도가 수십억 년 동안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자전 속도를 늦추는 가장 큰 원인은 달과의 ‘조석 상호작용’입니다.
달의 중력이 바다에 조석(밀물과 썰물)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모되며 지구의 회전이 조금씩 느려집니다.

고생대 초기, 약 4억 년 전의 하루는 약 21시간이었습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 원생대 후기인 약 14억 년 전에는 하루가 불과 18시간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추정은 고대 산호, 패류, 퇴적암 층에 남아 있는 ‘성장선’ 분석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이 생물들은 하루 단위로 성장 흔적을 남기는데, 이를 연간 주기와 비교하면 당시 하루의 길이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지구와 달은 약 38만 km 떨어져 있지만, 과거에는 훨씬 더 가까웠습니다.
달은 매년 약 3.8cm씩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지구 자전이 느려지고 하루가 길어집니다.

달이 가까울수록 조석 작용이 강해 자전 감속 효과가 커졌습니다.
따라서 수억 년 전에는 달이 훨씬 가깝고 하루가 더 짧았던 것입니다.

지구 내부의 대륙 이동, 빙하 형성과 해빙, 대기와 해양의 순환 변화도 자전 속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빙하가 녹아 해수 분포가 달라지면 지구 질량의 분포가 변해 회전 속도가 미세하게 바뀝니다.

또한 대규모 지진이나 화산 폭발처럼 지각 질량 이동이 큰 사건은 순간적으로 자전 속도를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수 마이크로초 단위로, 장기적인 변화에 비하면 미미합니다.

흥미롭게도, 최근 몇십 년 동안 지구는 오히려 약간 빨라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는 대기 순환, 해류, 지구 중심부의 핵 운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2020년에는 관측 사상 가장 짧은 하루 기록이 나왔는데, 평균보다 1.46밀리초 짧았습니다.
이처럼 단기적인 변화와 장기적인 추세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루 길이 변화는 단순히 시계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물리학과 기후 시스템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고대의 하루 길이를 알면 지구-달 시스템의 역사와 행성 회전 역학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간 측정 체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도 원자시와 지구 자전시의 차이를 맞추기 위해 ‘윤초’를 추가하거나 뺄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약 1억 년 후에는 하루가 지금보다 약 1~2시간 더 길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는 달이 점점 멀어지고 조석 감속이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체감할 정도의 변화가 나타나려면 수천만 년에서 수억 년이 걸리므로,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습니다.

지구 외의 행성들은 자전 속도가 매우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화성의 하루는 약 24시간 37분으로 지구와 비슷하지만, 금성은 하루가 243지구일에 해당할 정도로 느립니다.

이 차이는 행성 형성과 진화 과정에서의 충돌, 위성 유무, 내부 구조 차이에 따라 결정됩니다.
지구의 하루 길이 변화 연구는 이런 행성 비교 연구에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됩니다.

아주 먼 미래, 하루가 25시간 이상이 되면 인류의 시간 단위 개념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시간 단위는 사회와 기술에 따라 변해왔기 때문에, 행성 자전 변화에 따른 적응도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우리는 지구의 느려지는 회전을 체감하기 전에, 훨씬 더 시급한 기후와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구의 하루 길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달과 바다, 대기와 대륙이 함께 조율하는 행성의 숨겨진 시계입니다.
과거의 18시간짜리 하루에서 현재의 24시간까지, 그리고 미래의 더 긴 하루까지, 지구의 시간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우리에게 행성의 역동성과 시간의 유연성을 동시에 일깨워 줍니다.
지구의 회전 속도를 연구하는 일은 곧 지구의 과거와 미래를 이해하는 열쇠를 쥐는 것입니다.